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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하나요 작성일21-07-20 09:21 조회1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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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주인공 카이, 개미를 통해 '피아노의 숲'을 느낀다 ⓒ이하 ㈜에이원엔터테인먼트 제공
여태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일 때가 있다. 애니메이션 ‘피아노의 숲’(감독 코지마 마사유키, 수입·배급 ㈜에이원엔터테인먼트, 2007), 음악도 좋고 주인공들도 사랑스럽고 메시지도 좋지만 매우 명쾌한 영화여서 어떤 ‘비밀’을 숨기고 있다고 생각하지 못했다. 사막이 오아시스라는 비밀을 품고 있어 더 아름답듯, 영화 ‘피아노의 숲’이 호평과 호감 가득한 영화임을 상기해 보면 당연히 ‘비밀’을 품고 있을 텐데 간과했다.파워볼실시간

늘 보던 사람이 더 아름다워 보이는 순간, 감춘 적 없지만 그렇다고 대놓고 표현하지 않아서 놓쳤던 그 매력을 발견하는 기쁨을 이번에 ‘피아노의 숲’을 다시 보며 느꼈다.


피아노의 숲일까, 숲의 피아노일까 ⓒ
# ‘피아노의 숲’이 무슨 뜻이지…서로를 특별하게 하는 관계

첫 번째 생경함, 새로운 주목은 제목에서 시작됐다. 피아노의 숲이라, 무슨 뜻일까. 피아노가 놓여 있던 숲의 장면을 영화를 관람하기 전부터 보다 보니, 그저 ‘피아노가 있는 숲’으로 받아들였던 것 같다. 그래서 별 재미없는, 평범한 제목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문득, ‘피아노의 숲’이 정확히 무슨 뜻이지? 라는 의문이 돋았다. ‘빌딩 숲’은 높은 건물들이 마치 나무가 숲을 이루듯, 빽빽이 들어찬 모습을 가리킨다. 피아노의 숲은 다르다, 피아노가 한 대뿐이다. ‘친구의 집’ ‘내 가방’처럼 피아노가 주인인 숲인가? 하지만 영화 속 피아노는 이미 존재하던 숲에 버려진 존재다. 굴러들어온 돌이 주인이 되기도 하는 게 세상사지만, 피아노가 숲의 주인이기는 어렵다.

‘몽돌 해안’ 같은 게 아닐까. 개울부터 오랫동안 굴러다녀 동글동글해진 검은 몽돌이 모래 대신 바닷가를 덮은 해안처럼, 다른 바닷가와 ‘차별성’을 갖게 하는 특별한 무엇. 곱고 부드러운 모래가 파도를 맞는 백사장이 있는 바닷가를 명사십리 해수욕장이라고 부르듯 말이다.

다른 숲에는 있기 힘든데 카이네 시골 마을 숲에는 있는, 그 숲을 다른 숲과 구분 짓게 하고 특별하게 만드는 게 ‘피아노’인 것이다. 도쿄에 살다, 편찮으신 할머니 곁에 있고자 시골로 전학하게 된 슈헤이가 새로운 곳에 마음을 열게 되는 계기도 마을에 들어서며 들은 피아노 소리다. 피아노에게 있어 숲도 마찬가지다. 다른 피아노들과는 달리 숲에 있는 피아노, 그 피아노를 다른 피아노와 구분 짓게 하고 특별하게 만드는 건 ‘숲’에 놓여 있다는 사실이다. 숲과 피아노는 서로를 특별하게 한다.

피아노는 스스로도 특별함을 지녔다. 카이에게 종종 몸싸움을 거는 다이가쿠처럼 덩치가 크다고 해서 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유명 피아니스트의 아들로 네 살부터 피아노를 배운 슈헤이라고 해서 소리를 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카이의 스승인 아지노 소스케와 카이처럼 ‘선택받은 손’만이 소리를 낼 수 있다. 숲의 피아노는 그것을 칠 수 있는 사람을 특별한 피아니스트로 만든다. 역으로, 숲의 피아노 역시 아지노 선생과 카이처럼 자신을 칠 수 있는 존재를 만날 때만 소리를 낼 수 있다. 숲과 피아노가 서로를 특별하게 하듯 피아노와 아지노 선생, 카이와 피아노는 서로를 특별하게 하는 존재들이다.

그리고 아지노 선생과 카이도 숲의 피아노를 매개로 특별한 관계가 형성된다. ‘변소 공주’ 다카코가 왜 도쿄지구 1등이 우리 동네에 전학 와서 일본 중부 남지구 예선을 어렵게 하느냐고 볼멘소리를 할 만큼 전국구 실력을 자랑하는 슈헤이건만 아지노는 슈헤이 모자의 간절한 바람에도 레슨을 사양한다. 하지만, 자신의 레슨을 거부할 만큼 제 멋대로인 카이의 스승이 되고자 한다.

나만이 칠 수 있었던 피아노를 치는 소년이어서도 아니고, 타고난 천재라 전도유망해서도 아니다. 피아노를 어떻게 쳐야 하는가를 아는데, 재미와 즐거움으로 즐겨야 한다는 철학적 ‘큰 그림’은 본능적으로 아는데, 소소한 배움이 부족해 땅을 뚫고 나오지 못하는 ‘새싹’에게 힘을 주고 싶어서다.


어릴 때는 친구가 우주다 ⓒ
# 소년, 소년을 만나다!

피아노로 특별해진 숲에서 달라도 너무 다른 소년 카이와 소년 슈헤이가 만난다. 나는 낼 수 없는 소리를 낼 수 있는 카이, 피아노를 제대로 배워 본 적도 없는데 듣기만 해도 악보를 외워 치는 카이를 보는 소년 슈헤이의 당혹스러움. 굴하지 않고, 지금까지 그래왔듯 숲속 피아노를 치는 특별한 연주법이 있을 거라며 기술적으로 접근하는 슈헤이가 있다.파워볼엔트리

나만 치는 건가 싶어 외로웠는데 피아노를 칠 수 있는 친구가 나타난 것만으로 반가운 카이. 어릴 때 나무에서 떨어지는 자신을 받아준 뒤로 때로 침대가 되고 때로 장난감이 되어 늘 혼자인 자신과 함께해 준 피아노를 이제 친구와 함께 즐길 생각에 들뜬 카이는 슈헤이가 소리를 내지 못하자 당황한다. 칠 수 있어, 있을 거야, 응원밖에 할 수가 없고 제대로 아는 게 없다는 게 속상한데.

상황은 얄궂게도 타고난 천재와 진지한 노력파를 자꾸만 이간질하고 오해는 쌓여만 간다. 언뜻 보면, 해맑은 천재를 노력으로 당할 자가 없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결코, 당연히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와는 거리가 멀다. 영화는 아지노 선생의 입을 통해 분명하게 말한다. 자기 단련과도 같은 노력으로 어린 나이에도 완벽하게 악보를 구현한 슈헤이, “선생님 저도 카이처럼 감동을 주는 연주를 할 수 있을까요, 언젠가 가능할까요?”라고 묻는 슈헤이에게 하는 조언이다.

“너는 피아노를 더 사랑할 필요가 있어. 그럼 알게 될 거야, 누구와도 비교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좋은 연주였다.”

영화는 재능을 길러내려고 하기보다 그 자체에서 재미를 느끼고 즐겁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저마다 ‘나만의 연주’를 할 수 있을 때,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는 메시지다. 피아노뿐 아니라 인생사 모든 일이 마찬가지일 터이다.


피아노는 악기? 세상이 정한 의미로만 대하지 않을 때, 특별한 관계가 된다 ⓒ
# ‘피아노’가 뭐지…악기이자 친구, 자신이자 인생

새삼 새롭게 다가온 ‘피아노의 숲’의 두 번째 요소는 ‘피아노’였다.

피아노가 뭘 의미하는 거지? 그동안 피아노를 그저 피아노로 봤던 것 같다. 음악영화를 한 편의 시처럼, 음악처럼 가슴으로 즐기지 않고 또 영화가 말하는 바를 그대로 듣지 않고 세속의 잣대로 해석한 탓이다. 모차르트와 살리에르를 연상시키는 카이와 슈헤이를 보며 천재와 노력파의 인생을 생각하기도 하고, 서로 다른 자질과 성향의 자식과 후배를 어떻게 키우고 대해야 할지를 고민하는 데에 머리를 썼던 것 같다.

영화를 그 자체로 대하니 피아노가 크게 들어온다. 피아노로 상징된, 대표 기제로 은유 됐을 뿐 우리 인생에서 저 피아노는 무엇인가, 이번엔 그것을 찬찬히 생각하며 영화를 봤다. 카이와 슈헤이를 통해 영화는 이미 말하고 있었다, 내가 못 알아들었을 뿐.

자꾸 마음이 가고 하면 재미있는 일이 있으면 우선 즐겨봐. 이게 어떤 직업이 될까, 인생 목표로 적합한가 생각지 말고.

너에게 마음이 가는 친구가 있으면 그냥 같이 놀아. 비교하지 말고, 이기려 들지 말고, 인생에 무슨 보탬이 되나 따지지 말고 그냥 마음 가는 대로 아껴주면 돼.

그게 놀이가 아니고, 친구가 아니고, 너 자신이어도 마찬가지야. 너를 즐겁게 해 주고, 너를 많이 사랑해 줄 필요가 있어.

일도, 친구도, 너 자신도 사랑하며 함께 즐겨. 인생, 그렇게 사는 거야!


어른이 된 슈헤이와 카이의 협연은 어떤 소리를 낼까 ⓒ
# 세계적 피아니스트의 연주, 눈을 감고 즐겨도 좋은 영화

초등생 슈헤이와 카이가 주인공이건만 많이 배우는 영화 ‘피아노의 숲’. 그래도 최고 미덕은 즐겁다는 것이다. 영화에 음악 어드바이저로 참여한 세계적 피아니스트이자 지휘자인 블라디미르 아슈캐나지가 카이를 통해 모차르트 피아노 소타나 8번 C장조 쾨헬 310번, 베토벤의 엘리제를 위하며 및 운명 교향곡, 멘델스존의 결혼행진곡, 쇼팽의 강아지 왈츠 등을 연주한다.파워볼

아지노 선생이 카이에게 한 제안, 만화에는 있고 영화에는 없어 두 사람의 협연을 볼 수 없는 건 아쉽지만. “피아노는 혼자 치는 거야” 어린 카이가 말하듯 인생은 결국 스스로 책임져야 하지만. 삶을 달관한 어른 아지노 소스케가 바란 것처럼 인생은 끝없는 협연이기도 하다. 지금 누군가와의 협연이 불협화음이라면, 우선 영화 ‘피아노의 숲’을 즐겨 보자. 한결 오늘이 수월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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